[한국명반]70위 김두수 ‘자유혼’[한국명반]70위 김두수 ‘자유혼’

Posted at 2010. 5. 30. 00:26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기사입력 2008-05-01 17:39
ㆍ‘고독한 작가정신’을 증명하다

작은 무대 위, 옅은 조명 속에서 피아노 혹은 기타 한 대와 함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가사를 다소곳이 노래하는 뮤지션. 사람들은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을 본다. 그러나 진실은 무대 뒤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 담당 프로듀서, 조명 담당 기사, 기획사 사장, 매니저, 메이크업 담당자, 피부 관리사와 성형외과 의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뮤지션의 ‘고독한 이미지’를 위해 움직인다. 오늘날의 음악 산업 시스템 속에서 고독한 예술가라는 것은 애초에 거의 실현 불가능한 소망인 바, 때문에 정말로 고독한 뮤지션들, 즉 진짜로 ‘기타 하나 동전 한 닢’밖에 없는 그들은 시스템 밖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 고독한 작가주의 뮤지션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계보의 끝자락에서 김두수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1986년 ‘시오리길’과 ‘귀촉도’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음반을 발매한 이래, 김두수는 2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단 네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그나마 꾸준히 음악계에 몸담고 있던 것도 아니다. 88년 두 번째 음반을 발표한 뒤 병에 걸려 거의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91년 세 번째 음반(전설적인 곡 ‘보헤미안’이 수록돼 있다)을 발표한 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악계를 떠났고, 그 사이 그가 발표한 석 장의 음반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다. ‘귀기(鬼氣)’와 ‘선(仙)’ 사이 그 어느 곳에서 떠도는 것 같은 그의 목소리와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창적인 형식과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진보적이고 영적(靈的)이며 한국적인 포크 송’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까. 언뜻 봐도 말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이런 형용이 그의 음악 속에서 거리낌없이 현실로 변하는 광경을 귀로 목격하는 것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12년의 세월을 건너 돌아온 그가 발표한 ‘자유혼’에서도 김두수의 음악은 여전히 그 신비로운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

간소한 장비로 녹음된 사운드는 소박하거나 촌스럽다기보다 영묘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도덕경(道德經)의 한 구절을 읊조리는 것 같다. 새로 녹음된 ‘보헤미안’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길에 저 외로운 새야/서문 저편 하늘 끝까지 휘이 날아가렴/외쳐부르던 기쁨의 노래 간 곳 없고/다시 혼자가 되어 나는 가네”라는 가사를 다시 한 번 듣게 될 때는 짜릿한 기쁨에 젖어든다. ‘나비’ ‘해당화’ ‘새벽비’에서 투명하게 울리는 체념적 정조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후반부를 점령하는 실험적 대곡 ‘Romantic Horizon’과 ‘추상(追想)’의 압도적인 아우라는 정면으로 받아치기가 버거울 정도다.

2002년에 나온 어떤 한국 대중음악 음반도 ‘자유혼’이 열어젖힌 압도적인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동시에 이 음반은 대중음악에서 ‘고독한 작가정신’이라는 문구가 그저 음반 홍보용으로나 쓰이는 말이 아님을 소름끼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증명한 음반이기도 하다. ‘추억의 미사리 포크’를 기대하고 음반을 집어든 이들의 안이한 기대를 연기처럼 날려버리면서.

< 최민우 | 웹진 [weiv] 편집위원>

4집 自由魂
타이틀곡
들꽃   기슭으로 가는 배  
장르/스타일
가요 > 포크
발매정보
2002.03.19 (대한민국) | 드림비트

앨범소개

김두수가 돌아왔다!
- 김두수의 [자유혼(自由魂)] 즈음하여 -

80년대 후반의 국내 음악계를 인상깊게 짚어간 가수가 있다. 심야 음악 프로에서 그의 노래를 접한 사람들은 그의 노래가 주는 신비함에 중독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애호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본 이들은 많지 않다. 황학동이나 남대문 회현상가에서는 그의 음반이 10~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토속적이고 독특한 음률 위에 전위적 색채마저 느끼게 하는 신비한 목소리. 그의 신보 발매 소식을 접하는 것은 마치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옛날 경전(經典)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것만큼이나 가슴 떨리는 일이다.
[꽃묘-시오리길 II], [약속의 땅], [보헤미안] 등으로 알려진 김두수의 새 앨범이 11년 만에 발표된다.
과거 세 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그는 가요계에서조차 알려지지 않는 주변인의 생활을 고집했다. 물론 80년대 언더그라운드를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김두수, 이성원, 곽성삼을 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3인방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추구했기에 많지 않은 매니아들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그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
[자유]와 [평화]는 그가 보헤미안의 삶을 살면서 이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희망의 원천이다. 1990년 병상에서 제작된 세번째 앨범의 힘겨운 목소리는 그런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구가 녹아 있다. 형태와 목소리의 변화는 있더라도 그의 음악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유혼] 앨범을 통해 역시 그는 사람들이 평화를 찾아 나서는 작은 여행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순서상으로는 네번째 앨범이지만, 그는 이번 앨범을 데뷔 앨범으로 여기고 싶다고 말한다. 지난날의 거친 습작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간직한 채 좀더 깊어진 강과 같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더욱이 80년대를 풍미했던 김효국(하먼드올겐), 정유천(일렉기타), 손진태(일렉기타), 김광석(어쿠스틱기타), 신성락(아코디언) 등의 일급 세션들과의 만남으로 음악적 성취도가 한층 깊어졌다.
이번 앨범 중 [들꽃]의 녹음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스튜디오가 아닌 강릉 외곽의 산속에 있는, 방음이나 차음이 되지 않는 dome 형태의 구조물 안에서 더빙 없이 곡이 녹음되었다. 여기에는 믹서, 이펙터 등이 사용되지 않았다. 단지 고감도 소형 마이크 두 개와 나그라(Nagra)라는 휴대용 아날로그 릴테입 녹음기만이 사용되었다. 악기도 어커스틱 기타 세 대와 신서사이저, 하모니카 뿐이다. 김두수의 노래를 자연 속에서 듣는 듯한 독특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김두수의 신비스런 비브라토, 공기의 입자감을 느끼게 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독특한 뮤트 사운드.. 클래식 기타의 트레몰로..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이번 앨범의 컨셉을 투명하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소품이다.
대중적으로는 [기슭으로 가는 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쾌한 어쿠스틱 리듬 기타에 낮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찰랑거리는 물결처럼 아코디온이 듣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마치 돛배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강기슭으로 향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추억을 떠올리려는 듯 간간이 뿌려지는 손진태의 일렉기타 연주 또한 일품이다.
특이한 것은 이번 앨범이 국내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에 생산이 중단된 LP로 먼저 발매되었다는 것이다. 365매의 소량으로 한정 발매되는 것이지만 지난날의 김두수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뜻으로 기획되었다. CD 역시 LP의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기 위해 일일이 수가공하였단다. 또한 일본어 가사도 수록하여 이웃 일본의 매니아들이 좀더 용이하게 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김두수. 우리는 그가 안내하는 이 짧은 여행길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삶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이 작은 여행길에 오르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음악을 지켜내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리라 믿고 싶다.

(자료제공: 드림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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