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69위 미선이 ‘Drifting’ [한국명반]69위 미선이 ‘Drifting’
Posted at 2010. 5. 30. 00:23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ㆍ90년대 후반 우뚝한 ‘시대의 송가’
조윤석(v, g, b, key), 김창현(d)
더 후(The Who)가 “이것이 나의 세대(my generation)”라고 사자후를 토해낸 이래 대중음악에는 심심찮게 ‘시대의 송가(anthem)’들이 등장하곤 했다. 동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이 노래야말로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노래’로 선택된 곡들을 의미한다.
‘1990년대의 송가’라고 하면 보통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을 지목한다. 음악 애호가들은 여기에 벡(Beck)의 ‘Loser’를 끼워 넣을 것이다. 이 곡들이 표방한 90년대의 시대정신은 ‘패배자’ 정서다. 이 세 곡은 공히 “나는 멍청이(Stupid), 찌질이(Creep), 패배자(Loser)”라고 내뱉으며 80년대의 화려하고 과시적인 팝과 헤비메틀 시대의 종결을 알렸다.
이 곡들의 솔직한 자기비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정면으로 응시했기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세상은 혼돈스럽고, 미래는 불안하고, 누구도 내 질풍노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선 젊은이들의 보편적 감성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한국에는 이런 ‘시대의 송가’가 없는 걸까. 미선이의 데뷔 앨범 머리곡 ‘송시’를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단순히 “난 언제까지 썩어 갈 건지” 같은 자학적인 가사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가사가 소박하고 정제된 연주와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진심’이 느껴지는 리더 조윤석의 보컬에 실려올 때 이 곡은 진정성을 획득한다. 서투른 연주와 불안한 음정마저도 젊은 세대의 불안한 내면과 절묘하게 조응했던 이 노래는 10년이 지난 오늘 들어봐도 그 가사와 달리 ‘썩은 곳 하나 없는’ 신선함 100%다.
90년대 후반 음악 판을 장악했던 보이밴드 댄스음악은 획일성이라는 폐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음악들이 그 세대들의 내면을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획사에서 사온 작곡가/작사가들의 곡을 단순히 부르기만 하는 분업체제 하의 월급쟁이 가수들의 노래가 그들이 속한 세대를 대변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세대의 대변인’ 역할은 90년대 중반 이후 인디음악으로 넘어갔고, 98년 발표된 미선이의 이 놀라운 데뷔 앨범은 그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앞서 언급한 ‘송시’ 외에도 ‘Sam’ ‘Shalom’ 같은 노래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혼란스러운 젊은이의 내면을 고백하는 가사가 절묘하게 조응하는 명곡이다. 젊은 세대답게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그들만의 서정적인 방법으로) 표출해낸 ‘치질’과 ‘진달래 타이머’ 같은 곡들도 담겨 있다. 이 앨범은 시대를 뛰어넘어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보편성을 갖춘, 의심할 바 없는 명반이다.
문제는 이 앨범이 나온 시기다. 97년 경제 위기 이후 냉혹하게 뒤바뀐 생존의 법칙은 젊은이들을 더 이상 낭만적인 보헤미안으로 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송시’는 안타깝게도 ‘시대의 송가’로 불릴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 신승렬 | 대중음악서저자>
조윤석(v, g, b, key), 김창현(d)
더 후(The Who)가 “이것이 나의 세대(my generation)”라고 사자후를 토해낸 이래 대중음악에는 심심찮게 ‘시대의 송가(anthem)’들이 등장하곤 했다. 동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이 노래야말로 우리 세대를 대변하는 노래’로 선택된 곡들을 의미한다.
‘1990년대의 송가’라고 하면 보통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을 지목한다. 음악 애호가들은 여기에 벡(Beck)의 ‘Loser’를 끼워 넣을 것이다. 이 곡들이 표방한 90년대의 시대정신은 ‘패배자’ 정서다. 이 세 곡은 공히 “나는 멍청이(Stupid), 찌질이(Creep), 패배자(Loser)”라고 내뱉으며 80년대의 화려하고 과시적인 팝과 헤비메틀 시대의 종결을 알렸다.
이 곡들의 솔직한 자기비하는 젊은이들의 감성을 정면으로 응시했기에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세상은 혼돈스럽고, 미래는 불안하고, 누구도 내 질풍노도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선 젊은이들의 보편적 감성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한국에는 이런 ‘시대의 송가’가 없는 걸까. 미선이의 데뷔 앨범 머리곡 ‘송시’를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단순히 “난 언제까지 썩어 갈 건지” 같은 자학적인 가사만 놓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가사가 소박하고 정제된 연주와 서정적인 멜로디, 그리고 ‘진심’이 느껴지는 리더 조윤석의 보컬에 실려올 때 이 곡은 진정성을 획득한다. 서투른 연주와 불안한 음정마저도 젊은 세대의 불안한 내면과 절묘하게 조응했던 이 노래는 10년이 지난 오늘 들어봐도 그 가사와 달리 ‘썩은 곳 하나 없는’ 신선함 100%다.
90년대 후반 음악 판을 장악했던 보이밴드 댄스음악은 획일성이라는 폐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음악들이 그 세대들의 내면을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획사에서 사온 작곡가/작사가들의 곡을 단순히 부르기만 하는 분업체제 하의 월급쟁이 가수들의 노래가 그들이 속한 세대를 대변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세대의 대변인’ 역할은 90년대 중반 이후 인디음악으로 넘어갔고, 98년 발표된 미선이의 이 놀라운 데뷔 앨범은 그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앞서 언급한 ‘송시’ 외에도 ‘Sam’ ‘Shalom’ 같은 노래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혼란스러운 젊은이의 내면을 고백하는 가사가 절묘하게 조응하는 명곡이다. 젊은 세대답게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그들만의 서정적인 방법으로) 표출해낸 ‘치질’과 ‘진달래 타이머’ 같은 곡들도 담겨 있다. 이 앨범은 시대를 뛰어넘어 젊은이들의 감수성에 호소하는 보편성을 갖춘, 의심할 바 없는 명반이다.
문제는 이 앨범이 나온 시기다. 97년 경제 위기 이후 냉혹하게 뒤바뀐 생존의 법칙은 젊은이들을 더 이상 낭만적인 보헤미안으로 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래서 ‘송시’는 안타깝게도 ‘시대의 송가’로 불릴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 신승렬 | 대중음악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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