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66위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일상다반사’[한국명반]66위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 ‘일상다반사’

Posted at 2010. 5. 30. 00:18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기사입력 2008-04-17 17:49
ㆍ쿨하게 녹여낸 ‘36.5도의 일상’

바야흐로 ‘공감’이 화두가 되는 시대다. ‘모두’에 대한 의무감보다는 ‘나’와 ‘우리’가 설 자리가 중요하다. 이건 시대의 변화다. 2000년대 음악도 마찬가지다. 큰일을 내보겠다든가, 내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야심은 이미 저 먼 안드로메다로 보낸 지 오래다. 대신 그 자리엔 ‘나의 이야기’를, ‘일상’을, 누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불러 줄 것이냐가 채워졌다. 그리고 롤러코스터의 ‘일상다반사’가 있다.

이 앨범은 1999년 발표된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과의 만남의 신선함은 그대로 간직한 채 특유의 스타일, 이야기들의 속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하던 시기부터 화제였던 ‘홈 레코딩’의 결과물이 무척 견고해졌다는 것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1집의 시행착오들이 완전히 보완되면서 이 앨범을 집에서 만들었다는 부연 설명이 쓸모없을 지경이 됐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악기, 우주에서 가장 유명한 스튜디오들에만 목숨을 거는 일부 뮤지션들에게는 꽤나 뜨끔한 앨범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견고한 앨범 완성도의 정중앙에는 보컬 조원선이 있다. 결코 흔치 않은,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인 그녀의 소박하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은 감성에는 그야말로 감탄할 뿐이다. 그녀의 노랫말과 멜로디에는 마치 어젯밤 쓴 자신의 일기장을 보는 것과 같은 익숙함이 있다. 옛 연인과의 재회에서 ‘오랜만야’ 밖에는 말하지 못한 자신을 멍하니 탓하거나(‘어느 하루’), 팔천삼백구십오일 째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는 나를 가만히 좀 내버려 두라고 바라거나(‘가만히 두세요’), 그 와중에도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흥얼대거나 하는(‘일상다반사’), 바로 그런 평범한 공감. 그것들을 담아내는 그녀의 목소리는 또 어떤가. 마치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

물론 이것들이 롤러코스터의 음악적 성취와는 상관없이 앨범 안에서 물에 뜬 기름처럼 동동 떠 있다면, 이 글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너무 당연해서 우스운 명제처럼, ‘좋은 음악이 담긴 좋은 앨범’이 ‘일상다반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센스 있는 연주와 베이스 지누의 묵직한 존재감은, 앞서 말한 조원선의 일상을 편안히 받쳐준다. 사랑 후에 남겨진 미련을 무심하게 노래하는 ‘너에게 보내는 노래’의 세련미와 ‘떠나가네’의 부담 없는 박력은 아마 롤러코스터의 세 구성원이 모였을 때만 발하는 화학반응일 것이다. 어디 한 군데 모난 곳 없는 부드러운 마감을 보는 듯 편안하다.

쿨함 속에 녹여낸 일상의 따뜻함은, ‘일상다반사’를 많은 사람들이 그때도, 지금도, 그 언젠가도 미소 지으며 공감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후 롤러코스터는 일렉트로니카 쪽으로의 길을 모색한다. 앨범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아마 이 두 번째 앨범이 보여줬던 딱 36.5도의 적정온도 때문이 아닐까.

〈 김윤하 | 웹진 가슴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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