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64위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한국명반]64위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Posted at 2010. 5. 30. 00:16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기사입력 2008-04-10 17:49
ㆍ인디레이블의 존재 이유에 답하다

이기용(g, b, v), 남상아(v, g), 김상우(d)

한국대중음악사에서 허클베리 핀의 1집 ‘18일의 수요일’이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1996년부터 음반이 발매되기 시작해서 98년에 ‘시스템’으로 정착된 인디레이블 역사에서 ‘인디레이블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처음으로 설명한 앨범’이란 점이다. 당시 ‘인디레이블’이란 새로운 시스템이 왜 필요했을까? 이유는 뮤지션들이 계속 앨범(작품으로서의 음반)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고, 그게 절박한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92년 서태지 데뷔 이래 주류음악계(메이저음반사, 공중파 방송을 중심으로 한 매체)에서 구조적으로 체계화 된 ‘스타메이킹 시스템’은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훌륭한 ‘앨범 중심’의 뮤지션들이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주류-비주류의 간극을 거대하게 벌려 놓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김현식, 한영애, 신촌블루스 등과 같은 언더그라운드의 유명(?) 뮤지션들은 공중파 방송에 나오지 않더라도 신보를 발표하면 10만장 단위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여타 뮤지션들도 음반판매와 소극장 중심의 공연 등으로 음악적인 재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했었다. 하지만 이후 음반기획사들이 공중파 방송과 10대 팬들을 중심으로 한 손쉬운(?) 매니지먼트에 골몰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앨범 중심’의 뮤지션들은 음반을 내놓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때문에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적인 진정성을 온전히 투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안적인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인디레이블’이 탄생된 것이고, 이는 ‘음악창작’이 그 핵심에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디음악신이 대중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하는 데 있어 기폭제가 된 ‘스트리트펑크쇼’(1996) 이후 발매된 인디음반들은 몇몇을 제외한다면 스트리트펑크쇼의 느낌과 대동소이했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진정성을 담보하면서 완성도 있는 작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만든 대안적인 시스템에 부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클베리 핀의 ‘18일의 수요일’을 듣기 전에는 나 자신도 ‘인디레이블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음반에는 기존 대중음악계에서 볼 수 없었던 감수성과 완성도를 담은 ‘첫번째 곡’ ‘불을 지르는 아이’ ‘죽이다’와 같은 노래들이 실렸고, 이는 90년대 대중음악 창작에서의 한 전환점이었다. 한 마디로 이 앨범은 한국인디음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면서, 한국대중음악사에서도 중요한 앨범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18일의 수요일’이 갖는 의미는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새로운 창작자’로 이기용의 등장을 알린 상징적인 작품이란 점이다. 이기용을 중심으로 지금 인디음악신에서 활동하는 연영석, 김민규, 이석원, 조윤석, 이우성, 이장혁, 원종희와 같은 창작자들은 넓게 보면 70년대 한대수, 김민기, 이주원, 정태춘, 조동진으로부터 시작된 음악창작자의 계보를 잇고 있는 소중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바로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박준흠 | 가슴네트워크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