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60위 아소토 유니온 ‘Sound Renovates … ’[한국명반]60위 아소토 유니온 ‘Sound Renovates … ’

Posted at 2010. 5. 30. 00:01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기사입력 2008-03-27 17:29
ㆍ흑인음악 특유의 흥겨움·끈적함 그대로

김반장(v,d) 김문희(b) 윤갑열(g) 임지훈(key)

21세기의 한국 음악은 명백히 흑인음악에 경도돼 있다. 가요계를 휩쓸다시피한 이른바 ‘소몰이 창법’, 적당한 빠르기의 리듬 앤 블루스(R&B)곡들이 그렇고, 어느새 주류 음악판에 확고히 지분을 확보한 힙합(Hip-hop)이 그렇다. 어쩌면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를 듣고 자라난 세대들에게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수많은 이들이 흑인음악을 표방했지만, 그들 중 진정으로 흑인음악의 본질을 탐구해 나가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흑인음악의 깊은 내면을 추구하기보다 ‘억지로 우는’ 창법만 어설프게 흉내내는 노래들은 인공적이고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 미국 차트를 휩쓰는 힙합이나 R&B는 그들의 음악적 고향인 1970년대 흑인 음악 3총사, 솔(soul), 펑크(funk), 디스코(disco)에 크게 빚지고 있다. 요즘 어느 흑인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도 빈번히 예전 거장들의 멜로디와 리듬이 들려온다. 비슷하게 만들지만, 우리가 따라잡지 못할 무엇이 그 속에 있다. ‘과정’을 무시한 채 그 결과만을 재빠르게 취하는 한국적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우리 흑인음악계에서 정통 원류를 찾아 나선 가장 우뚝한 음악인들이 바로 아소토 유니온이다. 이들의 데뷔 앨범인 2003년작 ‘Sound Renovates A Structure’는 첫 곡부터 우리를 흑인음악의 태동기인 60~70년대의 할렘가로 데리고 간다.

하몬드 오르간 위로 튀지 않으면서도 흥(groove)을 만들어내는 기타와 베이스가 얹히고 그 위에 리듬을 만들어내는 살랑대는 드럼과 솔풀한 보컬이 입혀진다. 한국 밴드 사상 유례가 없는 ‘드럼 겸 보컬’인 리더 김반장은 놀랍게도 모던 록 밴드 출신이다. 9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했던 기타팝(guitar-pop)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드러머였던 그는 그러나 백인들의 장르인 기타 팝을 하기에는 흑인음악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강했다. 탈퇴 후 몇 번의 이합집산을 거쳐 아소토 유니온이 결성됐고, 이 앨범은 긴 모색기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흑인음악 특유의 흥겨움과 끈적끈적함이 그대로 살아 숨쉰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이 어려울 거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머리곡이자 광고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꽤 알려졌던 ‘Think About‘chu’를 들어보라. 최근 난무하는 ‘미디엄 템포 리듬 앤 블루스 댄서블 발라드(?)’의 느끼함을 쏙 뺀, 분위기 있는 발라드와 흑인음악의 절묘한 조합이다. ‘We don’t stop’처럼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흥겨운 트랙들도 여럿 포진해 있다.

이 놀라운 데뷔작 이후 이들은 아쉽게도 음악적 견해 차이로, 이 앨범에서 추구했던 솔, 펑크로 더 파고든 ‘펑카프릭부스터’와 또 다른 흑인음악 장르 레게(reggae)로 나아간 ‘윈디시티’로 갈라섰다. 둘 다 첫 앨범을 수작으로 뽑아냈으니, 음악 그룹들이 갈라서며 흔히 이유로 내세우는 ‘발전적 해체’라는 말이 단순 미사여구가 아닌 희귀한 경우라고 하겠다.

〈 신승렬 | 대중음악서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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