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58위 김광석 ‘다시 부르기1’[한국명반]58위 김광석 ‘다시 부르기1’
Posted at 2010. 5. 29. 23:58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김광석은 이 앨범 발매 전까지만 해도 그저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가수였을 뿐이다. ‘기다려줘’ ‘사랑했지만’ 같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학가에서만 주로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 앨범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1993년 여름 3집 발매 후 가졌던 한 달간의 대학로 소극장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서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들뿐 아니라 평소 애창하던 곡들도 불렀다. 공연을 지켜본 측근들이 그 노래들을 앨범에 담아보는 건 어떠냐고 제의했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아직 2% 부족했던 김광석에게 ‘나의 노래’를 찾아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조동익이 편곡 및 세션을 맡았고, 김광석은 후일 대학로 1000회 공연이라는 신화를 세운 바탕이 된 그의 절창을 연주에 입혔다. 그렇게 나온 ‘다시 부르기’로 김광석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는 가수에서 가객으로 격상됐다. 이 앨범 이전에 나왔던 3집이 김광석의 긍정적 성장을 읽을 수 있는 계기였다면, ‘다시 부르기’는 96년 스스로 세상을 저버릴 때까지 보였던 눈부신 행보의 원동력이 되는 촉매제였다.
이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는 김광석의 놀라운 힘은 남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로 체화하는 완벽한 소화력이다. ‘이등병의 편지’부터 ‘광야에서’까지 모든 노래들이 마치 원래 김광석이 만들고 불렀던 것 같은 착각을 부른다. 이를 가능케 했던 건 타고난 가창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항상 고민하고 사색하는 사람이었다. 오랜 무명의 세월과 노래로 벌였던 투쟁의 시간들은 그에게 지나간 과거로만 남아있지 않았다. 이는 철학이 되고 감정에 체화됐으며 목소리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감성이 된 철학은 묻혀 있던 노래들로부터 원곡 이상의 힘을 이끌어냈고 자신이 예전에 불렀던 노래들의 깊이도 몇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다시 부르기’는 노래의 힘을 믿었고 노래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던 김광석이 음악계에 찍은 도장이다.
최근의 가요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마구잡이 리메이크 때문에 ‘다시 부르기’의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지금 리메이크라는 미명하에 과거의 명곡들을 끄집어내는 이들의 목적은 오직 편의와 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중의 음악과 대중의 음악을 하나로 만들고, 남의 노래와 나의 노래를 일체화시켰던 이 시대 마지막 가객의 자취가 더욱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김광석 이후 수많은 노래꾼들이 ‘제2의 김광석’ 자리를 노렸지만 아무도 그 자리에 오를 수는 없었다. ‘다시 부르기’에 그 원인과 해답이 있다.
〈 김작가 | 음악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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