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57위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III’[한국명반]57위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III’

Posted at 2010. 5. 29. 23:34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기사입력 2008-03-20 17:13
ㆍ발해·통일·교육 … 사회 이슈의 한 가운데로

우리나라의 열악한 대중음악 환경에서 서태지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무후무한 이미지와 음악과 인기를 만들고 누려온 ‘전설’과도 같은 존재. 그의 존재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날 갑자기 한국의 모든 방송 매체를 점령하다시피 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더 나아가 정치권에서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회 현상’이 되어버렸던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스타’의 자리에 오른 이후에 ‘비주류’ 음악을 행함으로써 사회와 대중들에게 숱한 담론의 요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서태지가 시나위의 베이시스트였고, 이미 데뷔 앨범에서 AC/DC의 곡을 리메이크 했으며, 두 번째 앨범의 타이틀곡에서 랩과 국악의 멋진 크로스오버를 통해 학생들에게 태평소 소리를 알려줬다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과격한 노랫말을 담은 본격적인 ‘록’ 앨범을 들고 나온 것은 충분히 센세이셔널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대중들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대중가수’였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의 의식과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록이라는 탐탁지 않은 틀에 담아 표출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인기와 대중을 이끄는 힘을 가지게 된 이후, 말 그대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른 서태지는 그저 이전처럼 10대 소녀들을 애태우는 예쁜 미소와 현란한 춤을 보여줬으면 되는 거였다. 가끔씩 건전하고 진보적인 의식도 연예인이라는 걸 어필할 수 있을 정도의 언급만 해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서태지는 다른 길을 간다. 이후 숱하게 생겨나는 논란들, 그리고 이슈 메이커로서의 본격적인 시발점을 이룬 작품이 바로 이 세 번째 앨범이다. 헤비메탈과 전에 없이 강렬한 랩, 가볍지 않은 가사와 탁월한 편곡 등 이 앨범은 서태지가 단순히 아이돌이 아닌 자의식 강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준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듣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거칠고 육중한 디스토션 기타 연주는 기존의 ‘Yo! Taiji’와는 성격 자체를 달리 하는 것이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찮은 ‘발해를 꿈꾸며’를 가득 채우는 ‘통일의 염원’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와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리프, 록 비트는 확실히 이전 음악과 차별을 이뤘다.

‘교실 이데아’는 앨범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하이라이트이자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던 곡이다. 암담한 교육 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과 직설적인 비판은 거친 기타 연주와 스래시 메탈 밴드 크래쉬(Crash)의 보컬리스트 안흥찬의 ‘그라울링’(소위 ‘피가 모자라’ 부분. 일반인들에게 ‘백워드 마스킹’이라는 용어를 친절하게도 알려줬던)을 통해 더할 수 없는 호소력을 전해준다. 그 외에 또 하나의 멋진 록 트랙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의 뛰어난 편곡과 서태지의 열창이 돋보이는 ‘널 지우려 해’ 등도 많은 사랑을 얻었다. 특히 슬프고 아름다운 가사와 관현악 편곡으로 전개되는, 죽은 이의 독백을 담은 발라드 ‘영원(永遠)’은 이 앨범에 미학적 가치를 부여하게 해주는 명곡이라 할 수 있다.

〈 김경진 | 서울음반 A&R 팀장 〉

3집 Seotaiji And Boys III
장르/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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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정보
1994.08.13 (대한민국) | 반도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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