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54위 봄여름가을겨울 ‘나의 아름다운 노래 …’[한국명반]54위 봄여름가을겨울 ‘나의 아름다운 노래 …’

Posted at 2010. 5. 29. 23:27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경향신문|기사입력 2008-03-06 17:40

ㆍ진솔함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운 노래’

‘Bravo, My Life’를 들으면 시간의 흐름이 전해진다. 1989년 ‘어떤이의 꿈’을 들었을 때 처음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소년이 여기 있다. 전면에 부각된 리듬감과는 대조적으로 그 흔한 솔로 한번 펼치지 않은 채 소곤소곤 독특한 소리를 낼 뿐이었던 기타 연주, 불만 있어 보이는 얼굴로 덤덤하게 세태를 풍자하는 김종진의 노래가 소년에게는 낯설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존재감으로 전해졌다. 만약 그 소년이 ‘어떤이의 꿈’으로 봄여름가을겨울과 더 이상 인연을 맺지 못한 채 성장해서 ‘Bravo, My Life’를 들었다면 서글픔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년은 성장과 함께 알았다. 세상에 다시 없을 신선함과 자신감으로 가득 차 보였던 그들이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진솔하게 음악을 해왔음을. 그리고 여전히 공연장에서만은 뜨거운 열정으로 관객과 호흡하길 원하고 있음을.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현재 모습을 존중하고 지난 날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다.

특히 이 앨범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는 각별하다. 뮤지션의 순수한 진심과 음악의 의도와 이만큼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으로 시작해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 ‘사랑해’ 등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목만으로도 절절함이 전해지는 소박한 자기 고백이다. 창작력은 빛났고 노랫말은 진솔하면서도 소박해 마치 그 당시 젊음들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김종진의 노래는 흔히 정의하는 절창은 아니지만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을 지니고 있어 ‘사랑해’나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진정한 연주인으로 남고자 했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상의 스튜디오 세션의 도움과 본인들의 기본적 실력과 아이디어로 구현된 연주곡들은 이후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자 했던 후배 뮤지션들에게 모범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그리고 이는 앨범의 구성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소이기도 했다.

현재 관점에서 놀라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통용됐다는 사실. 이례적으로 라이브 앨범을 그것도 두 장짜리로 발표해 성공을 거둔 기록은 이들이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누리고 있었는가를 증명해준다. 평단은 그들의 음악에 비교적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단지 이들의 음악을 장르적으로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는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정의내리지 못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음악으로써 소중한 의미를 획득한 이름들 대부분은 명칭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서구에 비견할 만한 환경을 정립한 전문가들의 등장은 90년대 후반의 일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역시 80년대 동아기획으로 대변되는 감성으로 설명되는 편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일부로부터 최선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생경한 이름들과의 유사성에 봄여름가을겨울을 대입하는 방식이 와닿을리 없었다. 80년대의 이름들과 그 속에 자리한 봄여름가을겨울이 여러 해석에도 오늘날까지 소중하게 기억되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이 아닐까.

〈 문정호 | 웹진 가슴 필자 〉


2집 봄여름가을겨울 2
타이틀곡
어떤이의 꿈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  
장르/스타일
가요 > , 락/메탈 >
발매정보
1989.10.05 (대한민국)

앨범소개

Lyrics,Composer,Arrangement-김종진
(Except "봄 여름 가을 겨울"-김현식)
Engineer-최병철

GUEST MUSICIAN
Bass Guitar-송홍섭
Keyboard & Piano-김효국,최태완
Saxphone-정원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