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37위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한국명반]37위 낯선 사람들 ‘낯선 사람들’

Posted at 2010. 5. 29. 21:40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영화계나 가요계에는 흉흉하게 도는 속설이 하나 있다. 영화나 가수의 운명은 작품의 제목을 따라간다는 이야기 말이다. 제목이나 이름은 무조건 홀수가 좋다느니 하는 아무 근거없는 소문부터, 부정적이거나 우울한 제목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제목이 흥행하기가 쉽다는 다소 설득력 있는 이야기까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낯선 사람들’의 이름은 이미 그 탄생부터 밝은 미래를 보장 받기보다는 험난한 고행길을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이 대중에게 낯설게 여겨진다는 것은 얼마나 심란한 일인가.

1980년대의 동아기획에 이은 90년대 하나뮤직의 선전은 가요를 사랑하던 청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었다. 그 결과물 중에서도 낯선 사람들의 ‘낯선 사람들’은 ‘목소리’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매력을 순도 100%로 농축시킨 앨범이었다.

비록 이들의 음악이 맨해튼 트랜스퍼의 적극적인 벤치마킹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잠깐, 여기에서 절레절레 고개를 돌려버리진 말자. 천재 뮤지션 ‘고찬용’과 괴물 보컬리스트 ‘이소라’라는 메인 카드는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거기에 더해 또 다른 세 명의 출중한 ‘낯선사람들’과 읊는 것만으로 현기증이 날 지경인 화려한 뮤지션들의 참여라는 히든 카드까지 준비되어 있다. 잠시 더 놀고 가시라.

천재라는 호칭이 과감히 붙은 그 이름 고찬용.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의 뮤지션들 중에서도 유독 특출한 감수성과 감각을 가졌던 그의 음악의 강점은, 실눈을 가늘게 뜨면 더욱 잘 보인다(고 한다). 화성이며 멜로디의 구성이며 하나하나 꼼꼼히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결벽증에 걸린 천재의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천재라는 호칭이 조금 아깝지 않나. 그의 천재성이 비범하게 빛나는 것은, 그런 치밀한 음악을 누구라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을 알아챘을 때이다. 우리가 동물을 보는지, 동물이 우릴 보는지를 유머러스한 선율에 담은 ‘동물원’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성에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해의 고민’까지. 뜯어보면 난해하다고는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경쾌한 한 곡의 대중음악일 뿐이다.

여기에 전무후무한 보컬리스트 이소라의 목소리는 또 어떤가. 멋진 보컬리스트들이 모인 팀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다른 무엇과의 비교도 불문한다. 첫 곡인 ‘낯선 사람들’부터 특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그녀의 목소리는 성녀와 요부를 오가며 앨범 내내 자유자재로 곡예를 한다. 툭툭 튀어나오는 비음은 관능, 그 자체다.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여성 보컬리스트의 발견이다.

이들이 대중에게 ‘낯설게’ 느껴졌던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오해’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나 TV에 나오지 않는 가수에 대한 편견은 비슷하지 않은가. 앨범이 발표된 지 15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도 이런 음악이 ‘어렵다’ ‘낯설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조금 답답하다. 물론 그런 고정관념에서 당신이 한 걸음만 멀어질 수 있다면, 이 앨범은 보컬 그룹이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카타르시스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그것도 아주 고급스럽고 친절한 방법으로.
◇낯선 사람들 프로필

·결성 :1993년

·구성원 : 고찬용(보컬, 기타) 이소라(보컬) 백명석(보컬) 허은영(보컬) 신진(보컬)

·주요활동

-1993년 1집 ‘낯선 사람들’
-1996년 2집 ‘낯선 사람들: 두려운 행운/언제부터 나를 어른이라 했나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출처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1집 낯선사람들
발매정보
1993.11 (대한민국) | 킹레코드

앨범소개

Drum-남궁연,김영석,김민기,배수연
Bass-김병찬,조동익,장기호
Acoustic Guitar-고찬용,최이철
Electric Guitar-최이철,손진태
Synthesizer-정원영,박용준,박성식
Acoustic Piano-정원영,김광민,박용준
Saxphone-이정식
Vibraphone-이영경
Percussion-박영용
Percussion programming-조동익
Melodeon-박용준
Arrangment-정원영,조동익,고찬용,김현철
Recording & Mixing Engineers-임창덕,이훈석,윤정오
Assistance Engineers-이용준,최부광,고승욱,이석래
Executive producer-하나음악
Producer-조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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