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34위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한국명반]34위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Posted at 2010. 5. 29. 21:22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유연한 멜로디 ‘청량감’ 매력-

약간 떨고 있지만 자신감 넘치게 달리는 데뷔전의 단거리 주자처럼 첫 트랙 ‘푸훗’은 시작한다. 청량감 가득한 멜로디라인과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듬 섹션, 거기에 기존 한국 대중음악에서 자주 만날 수 없었던 솔직하면서도 세련된 가사들까지, 한국의 모던 기타팝의 창생은 이렇게 명랑한 동시에 서정적인 모습으로 이뤄졌다. 도색영화의 제목을 빌려온 위악적인 그룹의 이름이 던져주는 선입견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상냥한 이 음반은 1996년, 아직 인터넷이 주류를 위협하지 않던 시절, PC통신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통해 결성되었다는 이슈, 그리고 대형 기획사나 작곡 사무실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소위 ‘인디 음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소개됐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실력보다는 감각이 돋보이며, 연주 실력보다는 아이디어가 풍부한 비주류의 신선함’에 집중했지만 사실 이 음반이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유는 그런 아마추어리즘이 아니었다. 이석원이라는 발군의 싱어 송 라이터가 산울림, 어떤날 등 기존의 한국 대중음악에서 진하게 영향받고, 또한 당대의 서구 모던 록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만들어낸, 화려하면서도 유연한 멜로디들로 가득 채워진 일종의 도전장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후 줄리아 하트로 꾸준히 활동할 정대욱이 들려준 패기 넘치는 기타 스트로크, 그리고 소울로부터 레게에 이르는 음악적 궤적을 통해 변신하며 성장할 유철상(김반장)이 ‘미완의 대기’로서의 자격으로 들려준 드럼 사운드까지. ‘풋풋하고 설익은 매력’으로 간주해버리기엔 너무 많은 부분에서 앞서나간 음반이다.

서구 팝 음악과의 동시대성을 확보했고 단순한 코드워크에서 휘황한 멜로디를 뽑아내는 능력을 보여줬으며, 당시 한국 대중음악이 지니고 있던 매너리즘을 극복해낸 형식미에 이르기까지 이 젊은 밴드의 첫 음반이 지니고 있는 미덕은 다양하다.

단순한 아르페지오로 시작해 찰랑거리는 스트로크까지 모든 부분이 기타 팝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동경’, 보사노바 리듬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 ‘보여줄 순 없겠지’, 긴장감 넘치는 인트로로부터 어렵지 않게 철학적 질문을 쏟아내는 가사, 그리고 그 팽팽한 긴장과 서늘하면서도 우울한 인텔리전트함을 무려 6분간 유지하는 명곡 ‘미움의 제국’ 등 보배로운 12트랙이 도사리고 있는 음반이다. 교조적인 록 음악의 엄숙주의를 비꼰 ‘로랜드 고릴라’가 지나치게 부각돼 엉뚱하게도 ‘저항 정신’을 지닌 밴드로 소개된 오해라든가, ‘기타를 배운지 석 달 만에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고 또 음반도 냈다’는 보도자료 용의 이슈가 너무 많이 따라다닌 탓에 당대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아쉬움도 간직하고 있는 음반이다.

언니네 이발관의 성공적인 출발 이후로 한국의 기타 팝은 펑크의 뜨거운 휘발성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델리스파이스와 미선이 등의 훌륭한 밴드가 등장하며 꾸준히, 그리고 양질의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이 약간은 떠들썩했던 그 등장 이후로 ‘후일담’이라는 또 하나의 걸작 음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이 데뷔작은 지금까지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름다운 습작의 시대’라는 말은 무엇인가 완성해낸 이들의 것만이 가치 있다.

〈조원희|음악평론가〉

<선정 기획|가슴네트워크>

◇언니네이발관 프로필

·결성 : 1994년

·구성원 : 1집 당시 이석원(보컬) 정대욱(=정바비, 기타) 류기덕(베이스) 유철상(=김반장, 드럼) 현재 이석원(보컬, 기타) 이능룡(기타) 정무진(베이스) 전대정(드럼)

·주요활동

-1996년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9년 2집 ‘후일담’
-2002년 3집 ‘꿈의 팝송’
-2004년 4집 ‘순간을 믿어요’

<출처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발매정보
1996.11.09 (대한민국) | 킹레코드

앨범소개

'우리는 마스터링을 하기위해 런던으로 날아갔다.
유서깊은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샤데이,
데이빗보위, 엘튼존, 비틀즈등 온갖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마스터링했던 이언쿠퍼씨가 사람좋은 미소로 맞아 주었다.
(당시 마스터링중에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가 펫샵보이스의
멀티를 가지러 방에 들어왔을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새벽까지 런던거리를 쏘다니던 기억은 너무나 좋았지만
마스터링에서 뭔가 마술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랬던 나로선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을 덜대는 영국의 마스터링
패턴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안은 채 돌아와야 했다.

이 앨범은 국내 최초의 기타팝으로 평가 받으며 숱한 화제속에
판매고도 호조를 보였다.
또한 한겨레신문에서 평론가들이 올해의 앨범에 선정하는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 데뷔앨범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