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17위 김현철 ‘김현철 Vo1’[한국명반]17위 김현철 ‘김현철 Vo1’
Posted at 2010. 5. 21. 02:43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청춘, 풋풋한 떨림의 공명-
너무나 뛰어난 데뷔 앨범은 가끔 주객이 전도되어 뮤지션의 미래를 지배한다. 결코 게으르거나 무성의하지 않았던 지난 20년에도 불구하고 김현철을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라도 첫 앨범 ‘춘천 가는 기차’로 운을 떼고 시작한다. 자신의 정규 앨범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팝이며 각종 서브 프로젝트들까지 소화하고 있는 김현철에게 이 데뷔 앨범은, 그래서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다.
들국화나 김현식, 신촌블루스나 봄여름가을겨울로 기억되는 ‘동아기획’에서 나온 앨범이라는 점, 그리고 당시 조용히 움틀대던 가요계의 퓨전 재즈 바람에 대한 의식 때문에 이 앨범을 퓨전 재즈계의 신동이 만들어낸 앨범으로서 높게 평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시선에서 굳이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도 억지일 것이다. 이 앨범이 재즈적 화성과 스타일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장르적 구분이 아니다. 형식을 빌려왔을지언정, 그 안에 묻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앨범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은 한 뮤지션의 가장 섬세하던 시절의 감각과 감성이다. 그리고 그 감성은 놀랍게 지금도 유효하다. 김현철을 ‘혜성같이 나타난 천재’로 박제시킨 이 ‘저주 받은 걸작’은, 시간의 물리적인 흐름을 거부하듯 여전히 숨 막히도록 싱싱하다.
자칫 단순히 신선한 음악의 등장으로만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이 앨범의 매력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노련한 선배들의 몫이다. 조동익·함춘호·손진태 등의 일류 연주자들의 손끝에서 뽑아져 나오는 깊이 있는 울림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이의 펄떡이는 치기를 부드럽고 두껍게 받쳐준다. 앨범 곳곳에서 ‘어떤날’의 조동익의 향취가 묻어나는 것은, 김현철의 초기 음악의 정신적 지주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푸근한 공기가 조용히 앨범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의 신선함과 프로의 노련함이 함께 조화된 데뷔 앨범이라니. 이보다 더한 낙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혹여 있을지 모를 재즈, 천재라는 단어들에 뜻 모를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이 앨범의 노랫말들은 충분한 공감의 대상일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 혹은 일기장 구석에 써놓은 듯한 노랫말은, 만든 이와 듣는 이의 거리를 뺨이 닿을 듯 가깝게 만들어 주는 재주를 부린다. 머릿결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고(‘오랜만에’), 자신이 살아온 동네 구석구석의 풍경들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흥얼대고(‘동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이나 비를 보며 감상에 젖는다(‘눈이 오는 날이면’ ‘비가 와’).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새 가슴 한 구석이 두근거려 오는 우리네 청춘의 일상이다.
한 음 한 음, 설렘을 담아 쓰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며 힘이다. 이 데뷔 앨범이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인 김현철에게는 지워버리려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짙어지는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떠랴. 대한민국의 노래를 사랑하는 푸른 청춘들은 모두, 사춘기를 겪듯이 이 앨범을 통과해 나갈 것이다. 앨범의 첫 트랙 ‘오랜만에’가 시작되며 밀려오는 이 앨범의 풋풋한 떨림은, 세월을 덧입혀 가면서 더욱 강한 향기를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김현철 프로필
·출생 : 1969년
·데뷔 : 1989년
·주요 활동
-1989년 1집 ‘김현철 Vol.1’
-1992년 교통사고 이후 활동 재개, 2집 ‘32℃ 여름’
-1993년 영화 ‘그대 안의 블루’ OST,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 달의 몰락’
-1994년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 끝난건가요’ OST
-1995년 4집 ‘김현철 Ⅳ’
-1996년 5집 ‘冬夜冬朝’
-1998년 6집 ‘김현철 6집’
-1999년 7집 ‘어느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
-2000년 영화 ‘시월애: must say good-bye’ OST
-2002년 8집 ‘…그리고 김현철’
-2004년 ‘키즈팝 1집’
-2006년 9집 ‘Talk about Love’/‘키즈팝 2집’/ 디지털 싱글 ‘우리 이제 어떻게 하나요’
-2007년 주식회사: 디지털 싱글 ‘좋을 거야’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1집 김현철 Vol.1
장르/스타일
가요 > 발라드
발매정보
1989.08.26 (대한민국)
서라벌레코드
너무나 뛰어난 데뷔 앨범은 가끔 주객이 전도되어 뮤지션의 미래를 지배한다. 결코 게으르거나 무성의하지 않았던 지난 20년에도 불구하고 김현철을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라도 첫 앨범 ‘춘천 가는 기차’로 운을 떼고 시작한다. 자신의 정규 앨범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팝이며 각종 서브 프로젝트들까지 소화하고 있는 김현철에게 이 데뷔 앨범은, 그래서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다.
자칫 단순히 신선한 음악의 등장으로만 치부될 수도 있었던 이 앨범의 매력을 견고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노련한 선배들의 몫이다. 조동익·함춘호·손진태 등의 일류 연주자들의 손끝에서 뽑아져 나오는 깊이 있는 울림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이의 펄떡이는 치기를 부드럽고 두껍게 받쳐준다. 앨범 곳곳에서 ‘어떤날’의 조동익의 향취가 묻어나는 것은, 김현철의 초기 음악의 정신적 지주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푸근한 공기가 조용히 앨범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아마추어의 신선함과 프로의 노련함이 함께 조화된 데뷔 앨범이라니. 이보다 더한 낙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혹여 있을지 모를 재즈, 천재라는 단어들에 뜻 모를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도, 이 앨범의 노랫말들은 충분한 공감의 대상일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 혹은 일기장 구석에 써놓은 듯한 노랫말은, 만든 이와 듣는 이의 거리를 뺨이 닿을 듯 가깝게 만들어 주는 재주를 부린다. 머릿결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끼고(‘오랜만에’), 자신이 살아온 동네 구석구석의 풍경들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흥얼대고(‘동네’),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이나 비를 보며 감상에 젖는다(‘눈이 오는 날이면’ ‘비가 와’).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새 가슴 한 구석이 두근거려 오는 우리네 청춘의 일상이다.
한 음 한 음, 설렘을 담아 쓰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며 힘이다. 이 데뷔 앨범이 아직 활발히 활동 중인 김현철에게는 지워버리려 애를 쓰면 쓸수록 더욱 짙어지는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떠랴. 대한민국의 노래를 사랑하는 푸른 청춘들은 모두, 사춘기를 겪듯이 이 앨범을 통과해 나갈 것이다. 앨범의 첫 트랙 ‘오랜만에’가 시작되며 밀려오는 이 앨범의 풋풋한 떨림은, 세월을 덧입혀 가면서 더욱 강한 향기를 자아낼 것이 분명하다.
·출생 : 1969년
·데뷔 : 1989년
·주요 활동
-1989년 1집 ‘김현철 Vol.1’
-1992년 교통사고 이후 활동 재개, 2집 ‘32℃ 여름’
-1993년 영화 ‘그대 안의 블루’ OST,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 달의 몰락’
-1994년 영화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 끝난건가요’ OST
-1995년 4집 ‘김현철 Ⅳ’
-1996년 5집 ‘冬夜冬朝’
-1998년 6집 ‘김현철 6집’
-1999년 7집 ‘어느 누구를 사랑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
-2000년 영화 ‘시월애: must say good-bye’ OST
-2002년 8집 ‘…그리고 김현철’
-2004년 ‘키즈팝 1집’
-2006년 9집 ‘Talk about Love’/‘키즈팝 2집’/ 디지털 싱글 ‘우리 이제 어떻게 하나요’
-2007년 주식회사: 디지털 싱글 ‘좋을 거야’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1집 김현철 Vol.1
'삶의한자락 > 미디어(영화,음악,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명반]19위 한영애 2집 ‘바라본다’ (0) | 2010.05.21 |
---|---|
[한국명반]18위 부활 ‘Rock Will Never Die’ (0) | 2010.05.21 |
[한국명반]16위 이문세 ‘이문세4집’ (0) | 2010.05.21 |
[한국명반]15위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0) | 2010.05.21 |
[한국명반]14위 시인과 촌장 ‘푸른 돛’ (0) | 2010.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