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11위 어떤날 ‘어떤날 Ⅱ’[한국명반]11위 어떤날 ‘어떤날 Ⅱ’

Posted at 2010. 5. 21. 02:02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비탄·한숨 없는 ‘도회적 포크송’-

좋은 음악은 난세(亂世)가 빚는 저주 어린 축복인 것일까? 한국 대중음악의 결정적인 르네상스가 1980년대 군사독재의 모진 정치적 탄압 아래에서 펼쳐졌다는 것은 지금도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민중가요야 시대와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찾을 수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군사정권의 암묵적인 3S 정책’ 아래 팝과 록, 포크, 헤비메탈, 퓨전 재즈를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대중음악사를 좌지우지하는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3저 호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병우와 조동익이 결성한 포크 듀오 어떤날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던 당시의 상황과는 무관한 맑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송 라이팅으로 단연 새로운 음악적 질감을 선보였다. 흔히 한국적이라고 하는 토속성과 질박함을 찾기 어렵고, 또한 비탄과 한숨의 비극적 정조 역시 탈색되어 어떠한 ‘뽕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의 음악은 도회적이고 깔끔했다. 이들은 자신과 세계를 예민하게 들여다보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았고,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낙관적이었다. 이것은 경제개발의 성과 아래 자라난 1960~70년대 생들이 드디어 한국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별로 겪지 못해 ‘가난’에 대한 강박이 없고, 비교적 안정된 사회 속에서 특별한 고난을 경험하지 못했으며, 가요라고 불렸던 한국 대중음악보다는 영·미권의 팝과 대중문화를 소비하며 성장한 이들의 감수성은 그 이전 세대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똑같이 기타를 치고 있었지만 김민기의 지사적 포크송이나 정태춘의 한국적 포크송은 이들의 감성에 어울리지 않았고 결국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수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들의 음악적 뿌리는 기실 하나뮤직의 좌장이 된 조동진에게 있는 것이었지만 이들의 음악은 조동진보다 훨씬 투명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1980년대 중반 동아기획을 주축으로 건설된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성채 한편에 세워진 어떤날의 포크음악은 당시 젊고 여리며 여성적인 감성을 가진 이들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폭풍 같은 시대의 열풍 속에서 위로와 안식이 필요했던 젊음에게 이들의 음악은 부족함이 없었다. 팀 이름 외에는 거의 쓰여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자유로운 아트워크 역시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들의 1집은 젊은 뮤지션들의 첫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하여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의 기념비가 되었으며 2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1집에 비해 퓨전 재즈적인 감각이 한층 강해진 2집에서도 조동익과 이병우는 직접 곡을 쓰고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연주했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다. 실력 있는 세션들이 이들을 도왔는데 속삭이는 듯 다감한 보컬과 상큼한 신시 연주를 주축으로 펼쳐지는 세련된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단정하기만 하다. 이것은 은둔한 채 오직 작업에만 몰두하는 작가주의적 경향의 산물이었는데 그 결과 이 앨범에서도 ‘출발’ ‘그런 날에는’ ‘11월 그 저녁에’를 비롯한 많은 곡들이 사랑받았고 다시 불렸다. 특히 ‘출발’의 통통 튀는 기타 간주나 ‘그런 날에는’ 전주의 짧은 기타 연주에 이어지는 밝고 감각적인 멜로디는 어떤 날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조동익과 이병우는 단 두장의 앨범만을 내고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 이제는 앨범 프로듀싱과 영화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날이 뿌려놓은 씨앗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영롱한 순간을 증언하며 하나의 획을 그었고 지금도 새롭게 열매 맺고 있다.

 

◇‘어떤날’ 프로필
·결성 : 1985년
·구성원 : 조동익(보컬, 베이스/1960년생)/이병우(보컬, 기타/1965년생)

·주요활동
-1980년 조동익이 둘째형 조동진의 2집에 ‘어떤날’이란 곡을 주면서 본격적 음악 활동 시작
-1984년 최진영의 소개로 조동익과 이병우가 처음 만남
-1985년 옴니버스 앨범 ‘우리노래 전시회 I’에 ‘어떤날’ 이름으로 ‘너무 아쉬워하지마’ 발표

들국화 1집에 ‘오후만 있던 일요일’ 발표
-1986년 어떤날 1집 ‘1960·1965’ 발표
-1987년 옴니버스 앨범 ‘우리노래 전시회 Ⅱ’에 ‘그런 날에는’ 발표
-1989년 어떤날 2집 ‘어떤날Ⅱ’ 발표/ 이병우의 기타 연주집 ‘내가 그린 기린 그림’ 발표
-1992년 조동익은 함춘호, 손진태, 김현철과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앨범 발표
-이후 조동익과 이병우는 각자 독집 앨범을 내고 영화음악 등의 창작 활동을 지속하고 있음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2집 어떤날 II

장르/스타일
가요 > 발라드
발매정보
1989.06.20 (대한민국) | 서울음반

앨범소개

조동익-Electric Bass,Digital Percussion,Fretless Bass, Computer Program,Keyboard Synthesizer
이병우-Guitar Synthesizer,Electric Guitar,Classical Guitar,Keyboard Synthesizer
배수연,유영수-Drum
김영석-Digital Drum Program
김종현-Drum,Percussion
임인건-Piano
임정희-Oboe
김효국,진형주,김현철-Keyboard Synthes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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