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10위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한국명반]10위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

Posted at 2010. 5. 21. 01:56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세상을 살면서 누구든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마련이지만 막상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의 변화를, 혹은 변화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이런 태도는 그 변화의 빌미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에서 강압적으로 부여받은 때가 많았다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대 초반에 벌어진 이상은의 획기적인 변화는 적잖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종종 거론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상은은 스스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했으며 마치 변화하지 않는 것은 아무 가치도 없다는 투의 자기 세상에 푹 빠져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상은은 아직도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결코 삶을 만만히 보는 자만심에서 비롯되지 않았을 거란 심증이 꼬리를 문다. 그게 우리를 놀라게 한다. 세번째 앨범인 ‘더딘 하루’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던 이상은의 변화가 군더더기 없이 제련된 매력적인 모습으로 정점에 이른 것이 바로 ‘공무도하가’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가 홀연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일본으로 떠돌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느꼈다. 그리고 이 여행이 4년에 접어들면서 발표한 ‘공무도하가’는 그때까지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가사와 작곡, 그리고 편곡과 구성미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참신함의 첫인상을 남긴 이 작품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생각과 이미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12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가 미처 뽑아내지 못한 가치가 이 앨범에 더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앨범에 실린 곡들 중에서 발표 당시 매체의 주목을 받은 것은 타이틀곡인 ‘공무도하가’였고, 음악을 찾아듣던 대중이 특히 환호한 것은 아름다운 가사와 좋은 보컬 더빙이 가해진 ‘새’였다. 하지만 만약 여기에서 단 한곡이라도 빠졌거나 더해졌다면 앨범의 의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작품을 이루는 소재는 하나같이 ‘흐름’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물이 흐르고, 구름이 흐르고,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흐르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화자 또한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계속 흘러가기만 한다. 그래서 첫곡으로 실린 ‘보헤미안’은 스스로 여행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백과도 같다. “내 어머니는… 길이 있을 거라고 등을 밀어 바다로 가라고 했었다.” 그 여정에서 목격하고 느낀 많은 것들이 이 걸작을 낳았다. 하나의 작품 안에 이처럼 다양한 음악적 색채가 조화롭게 엮인 경우를 우리는 쉽게 만나지 못했다. 포크와 록,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월드 비트와 재즈, 때로 현대음악의 흔적까지, ‘공무도하가’에는 우리가 설정할 수 있는 대다수의 음악 요소가 혼재돼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미지의 무게가 워낙 큰 것이어서 정체성의 우려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 점이 우리 음악사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궁극의 가치이며 이상은은 이 앨범 하나만으로도 칭송받아야 마땅하다. 음악인이라면 응당 변하기 위해 언제든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떠올린다.

〈김현준|재즈비평가〉

-시와 국악, 몽상과 명상이 뒤섞인 ‘괴물’-

지금의 이상은은 그 누구의 침범도 허하지 않는 자유인, 보헤미안 혹은 자의식을 가진 뮤지션의 대표처럼 여겨진다. 그런 이상은의 시작이 1988년 강변가요제 대상 곡 ‘담다디’였다는 사실은 이제 농담으로라도 그다지 우습지 않은 설명이다. 70년생인 그녀가 아직 채 성년도 되지 않았던 그해부터 91년, 최고의 자리에서 갑작스레 뉴욕 유학을 발표하던 시기까지의 그녀는 연예산업의 거대한 쳇바퀴 안에서 돌고 또 도는 시대의 아이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훌쩍 떠난 뉴욕에서 발표했던 ‘더딘 하루’와 ‘Begin’, ‘이상은’을 거치면, 시와 국악, 몽상과 명상이 뒤섞인 괴물 같은 앨범 ‘공무도하가’가 기다리고 있다.

이 앨범이 이상은의 음악 인생에 있어서 가장 격렬한 변화를 가져온 진원지였으며, 이 전의 그녀와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준 앨범이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표하기 힘들 것이다. 좀 더 온기를 더한 ‘외롭고 웃긴 가게’가 이어지고, 이상은은 음악 파트너 하지무 다케다와 손을 잡고 ‘리채(Lee-Tszche)’라는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전면에 내세운 8집 ‘Lee Tszche’와 9집 ‘Asian Prescription’으로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오리엔탈리즘의 자승자박에 빠지는 건 아닐까 잠시 물음표를 떠올리는 사이 열번째 앨범 ‘Endless Lay’부터 조금씩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기 시작한 이상은은 ‘신비체험’을 거쳐 12집 ‘Romantopia’에서 또 다시 핸들을 튼다. 일상이 주는 편안함과 달콤함에 반해있는 지금 그녀의 음악은 아마 또 어딘가 다른 곳으로 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뮤지션 이상은이 매력적인 건, 아직까지도 펄펄 살아 숨쉬는 그 생명력 때문은 아닐까.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6집 공무도하가
장르/스타일
가요 > 발라드
발매정보
1995.07.26 (대한민국)

앨범소개

Key. Acc-다케다 하지무
Bass-치하루 미쿠주키
Drum-이지 시마무라
Guitar-히로푸미 도쿠타케
Pcc-이쿠오 가케하시

이상은 스스로 완벽한 음악감독으로서 진두지휘를 맡았던 음반으로 그녀 음악인생에 있어 중요한 음악적파트너가 된 하지무 다케다를 만난 계기를 만들어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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