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7위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엽전들’[한국명반]7위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엽전들’

Posted at 2010. 5. 21. 01:28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한국 록의 신기원이라는 진부한 멘트는 적어도 이 앨범에 있어서는 유효한 표현이다. 애드훠와 덩키스, 그리고 더멘을 비롯한 수많은 밴드를 거친 신중현은 심플한 3인 체제의 구성으로 다시 돌아왔다. 처음에 5인조로 시작했던 엽전들은 신중현을 중심으로 베이스에 이남이, 드럼에 김호식을 영입하지만 후에 권용남으로 멤버가 교체되며 첫 번째 앨범인 본 작을 1974년에 발표한다.

 

엽전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은 두 가지 버전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러닝타임이 430초가 넘는 초기 버전은 1973년 오일쇼크로 휘청대던 음반사에서 팔리지도 않을 음반을 제작할 수 없다 1000장을 비매품으로만 찍었는데, 이 버전은 사이키델릭한 초기 멤버들로 이루어진 앨범으로 현재 LP로 구입하려 할 경우 무려 1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을 제시해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후 새로운 드러머 권용남을 영입해 만든 버전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앨범이다. 초판이 사이키델릭에 집중했다면 현재 우리가 듣는 버전은 하드록적인 성격이 강하다 할 수 있겠다.

러닝타임을 줄여 새롭게 발매한 앨범은 폭풍 같은 실적을 이뤄냈다. 당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미인을 불렀다. 음반은 미친 듯이 팔려나갔으며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100만장의 고지마저 점령했다. 밴드가 직접 출연하는 미인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제작되면서 침체된 음반시장은 갑자기 유례없는 호황기에 접어들지만 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록곡은 저속하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앨범은 커버 뒤에 써 있는 글 그대로 긍정적인 엽전정신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그루브하며 동시에 시원한 하드록의 진행으로 이뤄져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적이라는 가장 강력한 메리트가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 5음계를 이용하며 한국적인 멜로디를 서양의 하드록에 접붙였다. 이러한 요소 덕분에 일본은 물론 해외의 많은 애호가들이 본 작을 사랑했다.
 

후에 수도 없이 리메이크된 삼천만의 히트곡 미인을 시작으로 그루브한 전개의 그 누가 있었나봐’ ‘긴긴밤’, 스트레이트한 진행을 가진 생각해’ ‘저 여인’, 연주 중간에 노래를 멈추게 하고 여자친구가 화낸다면서 가사를 바꿔 부르는 나는 몰라’, 7분여의 사이키델릭한 여정을 담은 떠오르는 태양으로 이 불세출의 걸작은 마무리된다.
 

오리지널 앨범 커버 뒤에 써 있는 음악평론가 최경식씨의 추천사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로크(Rock) 뮤직은 있었던가? 한국의 로크란 과연 가능할 것인가?” 그 가능성은 바로 이 앨범에서부터 확실해졌다.
 

〈한상철|음악애호가·뮤지션〉

 

-한국 전통 5음계 서양 하드록에 접목-

 

신중현이라는 뮤지션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는 것은, 지금껏 그가 몸담고 손을 담갔던 모든 앨범들의 제목을 단숨에 읊어 내리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1950년대 후반 미8군 무대 활동을 시작으로 애드 훠(Add 4)’, ‘덩키스(Donkeys)’, ‘더 맨(The men)’ 등의 무수한 밴드를 만들고 거치며, 박인수, 김추자, 펄 시스터즈 등 무수한 뮤지션들을 정상에 올리며 신중현 사단을 만들던 그 신화가 바로 신중현이었다. 그리고 그의 그 수많은 활동들 중 가장 빛나는 정점에, ‘신중현과 엽전들이 있다. 73년 신중현(기타/보컬)과 이남이(베이스), 권용남(드럼) 3인으로 결성된 이후, 이듬해인 74, 신중현과 엽전들은 대한민국 록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첫 번째 앨범을 세상에 던진다.

 

기타 리프? 임프로비제이션? 사실 이런 복잡한 단어들은 아무것도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미인’ ‘떠오르는 태양’ ‘나는 너를 사랑해등의 앨범 수록곡들을 듣는 순간, 후두부가 얼얼해지는 바로 그 느낌이 이 앨범의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획기적이며 진보적인 록 음악은 이 앨범 안에 모두 담겨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황금기도 잠깐, 정권찬양가 요구를 무시했던 신중현에게 박정희 정권의 탄압이 시작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서의 꿈틀대는 생기를 잃어버린 후, 연주곡만이 담긴 앨범 두 장과 건전가요 풍의 가사들만이 담긴 2집을 내놓은 엽전들은 1975 12, 신중현이 대마초 파동으로 대마초의 왕초라는 누명을 쓰면서 창작의 끈을 빼앗긴 뒤, 그와 더불어 역사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만다. 그리고 그 역사는 대한민국 록 음악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김윤하|웹진 가슴 편집인〉


1집 신중현과 엽전들
장르/스타일
가요 > , 락/메탈 >
발매정보
1974.08.25 (대한민국) | 지구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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