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6위 산울림 ‘산울림 2집’[한국명반]6위 산울림 ‘산울림 2집’

Posted at 2010. 5. 21. 01:10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산울림의 데뷔는 파격적인데, 이는 전대 뮤지션들과의 음악적인 연결고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미권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흔적도 그다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고, 특히 1~3집에서 보여준 퍼지톤 기타와 오르간의 독특한 어울림과 그 안에서 형성되어 나오는 그루브는 이전에도 없었지만 이후에도 찾기 어렵다. 특히 70년대 말 암울했던 시대적인 상황으로 인해 대중 감성의 주조가 체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발표한 1집의 수록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같은 노래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김창완의 툭툭 내뱉는 심드렁한 보컬이 간결한 피아노 라인과 어울리면서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스타일을 만들어냈는데, 이는 당시 사회문화적인 상황으로 보건대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작법이었다. 이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서양 음악은 기본적으로 신선하지 않다. 뭔가 내게 자극을 주지 못한다. 아마 묘한 분위기에서 기타 연주를 듣는다든지, 아라비아의 어느 거리에서 묘령의 아가씨가 지나갈 때 코브라를 춤추게 하는 피리 소리에 반할 수는 있다는 김창완의 음악관을 통해서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산울림의 노래들은 다음해에 발표된 2집에서 음악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1~3집에 담긴 노래들은 김창완이 대학에 입학한 71년께부터 만든 노래들이기 때문에 창작에서 완숙해졌다는 의미보다는 1집 녹음 경험을 통해 편곡과 세션이 진일보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본 앨범은 이전 1집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들이 3집만큼은 아니지만 좀더 과감한 실험성을 선보이면서도 연주에서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도 앨범의 퀄리티를 극대화시킨 작품이 되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안개 속에 핀 꽃’ ‘이 기쁨과 같은 노래들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감성적인 연주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고, 김창완의 멜로디 중심의 기타 솔로는 탁월하다. 그는 테크닉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솔로라인 진행만큼은 당대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김창완의 가사 쓰기인데, 그의 작법은 이전 작사가들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의 가사들은 매우 개인적이고 관조적이며 때로는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뜨겁거나 애상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라이한 편인데도 매력적이라는 점이 남다르다. ‘어느날 피었네에서 어느 비오는 날 꽃을 심었어요/ 무슨 꽃이 필까 기다렸었어요/(중략)/ 밤에도 나가서 보곤 했지요/ 비오는 날이면 지켜 섰었어요라는 가사는 노래를 직접 듣기 전에는 노래라고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다. 그의 말대로 작법에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고, 대중음악 창작에서의 지평을 넓혔다고 할 수 있다. “작곡할 때도 생각했던 것은, 사랑이 떠나가서 슬픈 사람이라면 눈물이 먼저 나오지 어떻게 내 사랑 떠나갔네하고 노래를 부를까, 라는 점이다”(김창완)라는 사고방식의 가사 쓰기는 90년대 들어와서 형성된 개인의 시대작법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음악적인 분석을 넘어서 아직까지도 산울림을 얘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의 노래가 매우 뛰어나서인데, 그 중심에는 산울림의 2집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명작인 1~3집을 넘어서는 후속작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산울림 초기는 전설 그 자체이다.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gaseum.co.kr


2집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장르/스타일
락/메탈 > 메탈
발매정보
1978.05.10 (대한민국) | 서라벌레코드

앨범소개

대부분의 매니아들이 산울림의 2집을 그들의 최고 걸작으로 꼽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거칠은 베이스 연주로 시작되는 대곡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의 전주는 국내 가요계에서는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으로 긴데 한편으로는 그 당시의 산울림의 인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전주를 생략한 채 방송했고 곡의 시간을 의식했는지 90년대 초반에 나온 5장의 산울림 베스트 음반에는 전주가 짧게 편집되어 있다. 2집에 수록된 몇 곡을 살펴보면 오르간과 베이스연주로 이루어진 곡 '어느 날 피었네'가 눈에 띤다.
오르간이 음의 고저를 책임지고 있으며 백보컬을 맡은 김창훈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이 앨범에는 특이하게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김창훈 작곡의 '나 어떡해'가 다시 실려있는데 역시 산울림의 스타일로 변모되어 있으며 산울림 특유의 기타 음으로 재무장을 했다. 다음으로 '정말 그런 것 같애'는 블루스의 창법을 도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그들의 대부분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베이스가 전면으로 도출되어 있다.
블루스 창법을 도용했다고는 하나 한국적인 정서로 이루어진 발라드에 가까운 곡이다. '기대어 잠든 아이처럼'은 산울림의 후기 앨범들에서 많이 보이는 통기타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가사의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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