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반]25위 김광석 ‘다시 부르기 2’[한국명반]25위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Posted at 2010. 5. 21. 03:24 | Posted in 삶의한자락/미디어(영화,음악,TV)
음악사적으로 보면, 1968년 한대수 이래의 모던포크는 장르로서의 중요성보다 ‘음악창작에 대한 인식’과 ‘메시지 표현 양식’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킨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즉, 대중음악에서 아티스트의 탄생을 의미한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인텔리들이 대중음악 영역에 정식으로 들어옴으로써 대중음악을 단순한 ‘딴따라판’ 이상으로 자리매김시켰으며, 70년대 초반 청년문화의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편입시켰다. 60년대 영미권의 록과 포크를 들었던 당시 대학생들에게 모던포크는 낯설지 않은 음악 형태였을 뿐만 아니라 자의식 강한 그들이 한국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날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도 적당했다. 왜냐하면 선동적인 록과 달리 포크는 기본적으로 ‘메시지’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박정희 정권의 ‘청년문화 탄압’에 따라 모던포크는 기운을 잃어갔고, 한대수·김민기를 비롯한 중요한 창작자들이 요주의 인물로 낙인 찍히면서 더 이상의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그 마지막은 한대수가 2집 ‘고무신’을 발표했던 75년 무렵이다.

이후 모던포크의 계보는 오히려 대중음악이 아니라 70년대 말의 ‘메아리’와 같은 대학 노래동아리로 이어진다. 메아리는 단순히 실연 중심의 노래패가 아니라 ‘창작자 집단’이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메아리 이후로는 그런 정체성을 가진 곳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모던포크가 대학 내로 광범위하게 전파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무신’ 이후 모던포크의 계보는 민중음악 진영 내의 메아리-노래를 찾는 사람들-새벽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고, 예외적으로 활동한 인물이 정태춘, 조동진, 김두수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90년대에 들어 ‘모던포크’의 적자임을 자부한 이가 김광석이고, 그 핵심적인 작품이 바로 김광석 4집(94)과 ‘다시 부르기 2’였다.

김광석은 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88년 동물원 1집을 정식 데뷔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후 동물원 2집까지 참여를 하고, 89년 솔로 데뷔작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찾은 것은 ‘나의 노래’가 담긴 92년 3집부터다. 베스트앨범 형식으로 발표한 ‘다시 부르기 1’(93)부터는 작품성과 상업성 둘 다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다시 부르기 1’이 동물원과 자신의 앨범에서 뽑아낸 노래들과 한때 활동하던 민중음악 진영에서 김현성, 한동헌, 문대현의 노래로 구성된 자전적 베스트 앨범이었던 반면, ‘다시 부르기 2’는 자신이 스스로 선정한 ‘한국 모던포크의 대표곡’ 모음집이다. 그리고 모던포크를 떠나서 그가 선정한 중요한 음악창작자들에 대한 트리뷰트앨범이었다.

그래서 이 음반에는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와 같은 초기 모던포크 뮤지션들의 노래가 담겼고,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한동헌의 ‘나의 노래’와 같은 민중음악 선배들의 노래들이 있다. 또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와 같은 당대 주목할 만한 창작자들의 노래들이 수록되었다. 그리고 앨범의 대미는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로 끝맺는다.

대부분의 세션은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조동익 밴드가 맡아서 90년대 국내 세션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편곡자 조동익은 원곡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노래를 참신한 김광석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일등공신이다. 리메이크 앨범으로서는 드물게 대다수 수록곡이 원곡을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했고, 이는 자신의 노래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노래와 삶, 기쁨과 슬픔 그리고 자유와 외로움이 진득하게 녹아든 이 음반은 그의 유작이라서 더욱 애틋하다.

◇김광석 프로필
·출생 : 1964년
·사망 : 96년
·데뷔 : 84년(김민기 ‘개똥이’ 음반 참여 및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주요활동
-88년 동물원 1집 ‘동물원’ 동물원 2집 ‘동물원 두번째 노래모음’
-89년 김광석 1집 ‘김광석 1’
-91년 김광석 2집 ‘김광석 2nd’
-92년 김광석 3집 ‘김광석 3번째 노래모음’
-93년 ‘김광석 다시부르기 1’
-94년 김광석 4집 ‘김광석 네번째’
-95년 ‘김광석 다시부르기 2’

〈박준흠|가슴네트워크 대표 gaseum.co.kr〉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장르/스타일
가요 > 발라드 , 가요 > 포크
발매정보
1995.03 (대한민국) | 신나라뮤직

앨범소개

브라운관을 점령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풍 뒤에서 김광석이 굴삭해낸 음악적인 의미망은 그의 단출했던 음악과는 달리 넓고도 깊었다. 공연 퍼레이드만으로도 대중적 인장을 찍어내며 언더그라운드의 스타로 비상한 그는 비주얼에 서서히 함몰되기 시작했던 당시 음악계에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승부수를 던지며 수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가 살아 생전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포크의 고전들을 리메이크한 이 음반은 그렇듯 김광석 음악이 왜 대중들에게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를 증명해주는 하나의 이정표다. 결국에는 모든 음악적인 감동이 사람의 육성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리메이크 계의 명반. 지난 2년 간 지속됐던 리메이크 부화(富華) 때문에라도 본 유작의 가치는 더욱 숭고하여 불변하다.

52street 2007년 01월호 배순탁



김광석 다시부르기 1, 2


장르/스타일 가요 > 포크
발매정보 2006.08.26 (대한민국)  

앨범소개

대체 불가능한 목소리, 노래꾼 '김광석' 그를 기억하다.
김광석 3, 4가 김광석 셋, 넷으로 모양새를 바꿈과 때를 같이해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중 하나인 다시부르기 1, 2도 하나로 묶어 김광석의 대표적인 캐리커쳐를 사용하여 새 모습, 새로운 마스터링으로 출반하게 되었다.
김광석의 노래는 너무나 무던하게 일상을 담아내기 때문에 과장됨 없는 다큐멘터리와 같다. 흘리듯 듣던, 가슴에 새겨 가며 듣던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언제나 가슴 안에서 울컥 치미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것도 그의 노래가 가진 일상의 힘일 것이다.
어느 날 본 모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허름한 이발소에서 파르라니 깍은 머리를 보이던 청년의 모습과 함께 들려오던 '이등병의 편지'는 십년 전이나 십년후, 그리고 현재까지도 군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심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움을 그대로 대변하듯 흘러나오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또한 그렇다. 한번쯤 누구나 길을 걷다 멈춰서 그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생각 해 봤을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사랑 때문에 밤 새워 본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내 부모님을 보면서, 혹은 내 나이 육십이면 나도 느낄 거 같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서 민중 가요 '광야에서'까지 다시부르기에 있는 노래들은 그 면면들이 다양하다.
또한 많은 가수들이 다시부르기에 있는 곡을 리메이크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다시부르기는 언제든 다시 불러도 좋을 노래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다른 이들이 다시 불러 다른 감흥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김광석이 주는 그 느낌은 김광석만의 울림으로 인해 더욱 우리 정서에 깊숙한 뿌리를 내리고 토양분이 되어준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의 노래는 나뿐 아니라 세상에 남겨진 그를 모르는 다른 누군가에게, 또는 그를 아는 모두의 삶 속에서 순간순간 녹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우리 곁에 없으나 그의 노래는 우리와 같이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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