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센단장 '첼시 2중대' 함부르크의 위험한 도전아르네센단장 '첼시 2중대' 함부르크의 위험한 도전

Posted at 2012. 5. 20. 21:49 | Posted in 삶의한자락/건강한삶(레포츠,건강)

[풋볼리스트=서형욱] 손흥민의 소속팀 함부르크(이하 HSV | Hambuerger Sport-Verein)가 시즌 초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순위가 최하권까지 처진 것이다.

HSV
는 독일은 물론 유럽까지 제패한 경험을 가진 명문 클럽이다. 하지만 성적 부진이 길어지자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최근 새롭게 영입된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의 지휘 아래 스쿼드의 군살을 빼고 연령대를 낮춘 것이다. 지난 2 HSV행을 확정한 아르네센 전 첼시 단장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면서 과감한 변화를 꾀했다. 그 결과, 선발 스쿼드 평균 연령이 서른 살에 육박할 정도로 노장들이 즐비했던 HSV는 지난 여름 제 호베르투(74년생☞알가라파), 프랑크 로스트(73년생☞뉴욕레드불스), 뤼트 판 니스텔로이(76년생☞말라가), 콜린 벤자민(78년생☞1860뮌헨), 마테이센(80년생☞말라가) 등 노장급 선수들을 대거 방출하는 용단을 내렸다. 자연히 전체 선수단의 급료가 대폭 낮아졌고 선수단 규모도 단출해졌다. 함부르크는 이제 올 시즌 초반 3경기를 평균 연령 24세 안팎의 분데스리가 최연소 선발 라인업으로 치르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중이다
.

하지만 개편의 성과는 아직 초라하다. 1 2패의 끔찍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리그 17(전체 18개팀)에 머물러 있다. 아직 리그에서 고작 3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고 이 일정에 지난 시즌 우승팀 도르트문트와 영원한 강호 바이에른 뮌헨전이 모두 포함되어 있던 것을 감안하면 절망적인 결과는 아니다. 문제는 경기 내용이 형편없었다는 것. 손흥민을 제외하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공격진도 문제지만, 센터백 라인에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 수비진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참혹한 수준이다. 크고 작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물론, 상대 공격수와의 11 대면 상황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고 있다. 약체로 꼽히던 승격팀 헤르타 베를린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는 완벽한 실점 위기를 수 차례나 맞이한 끝에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했을 정도. 막판 동점골을 내줬으니 겉으로 보기엔 HSV의 아쉬운 무승부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긴 게 다행스러운 경기였다. 물론, 강력한 우승후보인 도르트문트나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열세가 더욱 심했다. 3경기에서 내준 10실점이 오히려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HSV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된 만시엔 옆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벤이 몸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HSV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강한 선수들의 면면이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나열한 주전급 베테랑들이 대거 빠진 자리에 즉시 전력감 선수를 보강하지 못했고 이것이 시즌 초 극도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아르네센 단장 주도 하에 이뤄진 영입 작업이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 아르네센 단장이 너무 이기적인 방향으로 팀을 재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첼시 후보 선수들의 신천지 

올 시즌 HSV는 지금까지 6명의 선수를 새로 영입했는데, 이 중 5명은 모두 잉글랜드 강호 첼시에서 영입한 선수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5명이 첼시에서 뛴 리그 경기의 총합이 고작 8경기에 불과하다는 사실. 게다가 그 중 3명은 아예 첼시 1군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2군 혹은 유스팀 수준의 선수들이다. 아르네센 단장은 자신이 발탁한 이 선수들의 잠재력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5명 가운데 3명은 HSV 1군에서 이미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어제 영입된 슬로보단 로이코비치(세르비아)는 이번 주말 리그 데뷔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쯤되면 '첼시 2중대'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다.

사실, 아르네센 단장이 비교적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HSV 팬들에게 “우리는 매년 우승권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팀”이라면서도 “하지만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제 막 장기적 개혁 플랜을 시작했으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긴 호흡으로 지켜봐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지난 1987년 유러피언컵(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이래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HSV의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 계획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손흥민 엘리아 아오고 디크마이어 등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재편해 나가는 것을 두고 불평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존 HSV 유스팀 선수들을 철저히 무시한 채 첼시 출신 선수들로 1군을 채운 것에 대해서는 꾸준한 이의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브루마의 첼시 인증샷.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반감의 배경에는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이 자신의 ‘권토중래’를 위해 팀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다. 알려진대로 아르네센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행정가다. 덴마크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1988년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 PSV에서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아르네센은 선수 은퇴 이후 짧은 지도자 생활을 거쳐 행정가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선수의 잠재력을 감별해내는 날카로운 눈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재능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유럽 최고로 평가 받아왔다. PSV에인트호벤의 단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브라질의 ‘원조’ 호나우두를 필두로 뤼트 판 니스텔로이, 야프 스탐, 아르연 로벤 등을 발굴하며 PSV가 유럽 강호로 자리잡는 데에 큰 공을 세운 것도 바로 아르네센이다.

HSV
의 개혁과 아르네센의 명예욕 사이 

하지만, 이후 토트넘을 거쳐 2005년 첼시 단장으로 임명된 아르네센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첼시에서는 당초 자신을 영입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정작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감독들은 그를 심하게 견제했다. 단장의 팀 통제 권한이 큰 대륙 클럽들과 달리 영국에서는 단장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다. 오히려 감독의 입김이 더 센 곳에서 아르네센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첼시에서 아르네센은 선임 스카우트 역할까지 도맡아 유럽 전역에서 여러 유망주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기용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잠재력을 터뜨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유명 선수를 선호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뜻과, 아르네센 영입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무리뉴 감독의 견제 속에 아르네센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고 급기야 무리뉴 감독의 입에서 “아르네센 단장이 쓸 만한 유망주들을 발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기에 이른다. 이를 기점으로 점점 역할이 줄어든 아르네센은 결국 2010년 가을 첼시 단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르네센에게 손을 내민 것이 바로 HSV였다. 지속적인 부진과 선수단의 노령화로 고민이 많던 HSV 이사회는 유망주 발굴에 정평이 난 아르네센 영입을 적극 추진했고, 첼시에서의 좌절을 만회하기 위해 피가 끓던 아르네센이 이에 화답하면서 신속한 계약이 이뤄졌다. 그 결과, 아르네센은 2011 2월 중순에 HSV 행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5월에 만료되는 첼시와의 계약이 아직 끊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꽤 이례적인 속전속결이었다.

 

HSV 위험한 도전을 이끌고 있는 프랑크 아르네센 단장. (사진=연합뉴스)

 

HSV에 둥지를 튼 아르네센 단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발굴했으나 첼시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아르네센은 첼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2군이나 임대로 그늘을 전전하던 선수들을 HSV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 뽑힌 적은 있지만 늘 임대만 다닐뿐 첼시에서는 거의 기회를 얻지 못한 수비수 마이클 만시엔(88년생), 독일 쾰른 태생의 터키 유망주 괴칸 퇴레(92년생), 이탈리아 청소년대표 미드필더 자코포 살라(91년생), 네덜란드 국가대표 수비수 제프리 브루마(91년생)가 차례로 HSV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오랫동안 첼시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비자 문제로 첼시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임대 신분으로 네덜란드 리그를 전전하던 세르비아 수비수 슬로보단 라이코비치(89년생) 영입도 확정했다.

아르네센 단장의 첼시 선수 릴레이 영입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HSV의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는 과정에서 단장이 자신의 신뢰를 얻은 유망주들을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데려오는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명망있는 클럽이 아직 1군 무대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영입과 함께 1군 합류를 보장하는 것은 어딘지 부담스럽다. 특히, 이들이 계속된 부진으로 여론의 비판에 둘러싸일 경우 “아르네센 단장이 개인의 실추된 명예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정면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필자는 아르네센 단장이 첼시가 외면한 자신의 감식안이 우수함을 입증하고자 하는 욕심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의기 의기 의식을 갖고 있다. 자신이 점찍은 선수들의 성공을 유도하기 위해 팀의 밸런스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경기에서 HSV1 2패로 저조한 성적을 얻는 동안 만시엔-브루마 센터백 콤비는 극도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리그 최저 수준의 평점을 받으며 HSV 참패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은 공격수 퇴레도 마찬가지.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절친’인 수비수 무하마드 베시치(92년생)나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뛰던 벤-하티라(88년생), 터키 청소년대표 톨가이 아슬란(90년생)처럼 HSV가 자체 유스 시스템을 통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키운 선수들의 1군 출전 기회가 철저히 박탈당한 것도 팀 내의 심한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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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2중대' 혹은 '함부르크 뉴 제너레이션'

이와 관련, HSV가 외닝 감독과 정식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아르네센 단장이 자신의 뜻대로 팀을 꾸리기 위한 방편으로 외닝 감독을 앉혔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 자기 주장이 약하고 경력도 일천한 외닝 감독은 지난 봄, 페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될 당시 함부르크 수석 코치였다. 당초 감독 대행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무렵 팀에 부임한 아르네센 단장과 이사회는 외닝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HSV는 외닝 감독의 데뷔전에서 쾰른을 6-2로 격파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고 있다. 10경기 연속 무승(6 4)의 성적은 HSV의 분데스리가 최다 경기 연속 무승 기록이다.

팀 개편이 덜 완성된 상태에서 치른 3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변화가 많았던 HSV와 아르네센 단장에게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첼시 후보 선수들의 대거 영입으로 대표되는 아르네센의 고집과 독단은 마치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위험 천만해 보인다. 모험에는 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험이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더 짜릿한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의 대가는 매우 크다. 아르네센의 행보를 불안해하는 비관론자들의 걱정이 기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HSV가 처한 상황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자존심을 걸고 첼시로부터 데려온 유망주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으로 팀에 기여할 지 지켜보는 것은 그래서 흥미로울 것이다. HSV의 미래를 손에 쥔 아르네센의 선택이 아집이 아닌 혜안으로 귀결되길 기대해본다.

 

 

출처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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