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100개의 핸드백이 필요한 이유(심리분석)여자에게 100개의 핸드백이 필요한 이유(심리분석)
Posted at 2011. 9. 13. 22:45 | Posted in 삶의한자락/사는이야기여자에게 100개의 핸드백이 필요한 이유
아침 출근길, 지나가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남자들은 한숨을 내쉰다. 왜 여자들은 가방 없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할까? 그런 남자들을 바라보며 여자들도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가방도 없이 나다닐 수 있을까? 여자에게 핸드백은 서바이벌 키트다. 핸드백 없이 외출하는 여자란 물통 없이 사막에 홀로 떨어진 여행자나 마찬가지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던 경계가 하나씩 사라진 2010년이지만, 가방에 대한 인식만큼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10개도 넘는 가방을 앞에 놓고 “오늘 들고 갈 가방이 없어!” 하고 괴로워하는 아내 혹은 여자 친구를 바라보며 남자는 ‘그럼 앞에 놓여 있는 건 가방이 아니라 벽돌이냐’는 말이 목구멍에까지 차오르는 것을 삼켜 누르곤 한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오늘 옷차림에, 오늘 참석해야 하는 모임에, 오늘 내 마음과 기분을 표현하기에 딱 떨어지는 가방이 없다는 것!
한 여자를 알려면 핸드백만큼 좋은 실마리가 없다. 시인과 소설가와 영화감독이 복잡하기 그지없는 여성의 내면을 다양하게 탐구하고 그려내지만 핸드백은 한눈에 그녀를 설명한다. 작은 것을 들었나, 큰 것을 들었나? 손에 잡는 것을 좋아하나, 어깨에 메는 것을 좋아하나? 유명 디자이너의 ‘잇 백’인가, 이름 모를 장인이 만든 공예품인가? 눈에 안 띄는 수수한 브라운색인가, 눈에 확 띄는 체리 핑크색인가? 외면에서 시작된 추리는 핸드백 속에서 좀 더 심화된다.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 타바이모는 핸드백이란 여성의 비밀을 간직한 깊은 우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 안을 함부로 들여다보려 했다간 암흑 속으로 떨어져버릴 것이라고. 그도 그럴 수밖에. 핸드백 속에는 일반적으로 지갑과 간단한 화장 도구, 휴대폰 같은 필수품은 물론, MP3, 책 한 권, 각종 약, 점심 대신 먹을 사과 한 쪽 등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들은 기절초풍할 만한 그 무엇인가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10년 전 연애편지, 새빨간 매니큐어, 여분의 스타킹이나 속옷, 호신용 가스총쯤은 놀랄 일도 아니다.
핸드백은 수백 년간 여자들과 함께했다. 파피루스에 그려진 이집트 여성의 허리에는 작은 주머니 비슷한 것이 달려 있다. 보석이나 장신구 같은 것을 넣어 허리에 차던 이 풍습은 14세기 유럽 여성에게도 이어졌는데, 16세기 들어서면서 실용적인 목적의 핸드백이 대거 등장하고 17세기 무렵에는 남자와 여자 모두 핸드백을 들고 다녔다. 19세기 영국 소설을 보면 지체 높은 여성은 그저 장식으로 핸드백을 들고 다녔음을 알 수 있다. 그녀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면 그것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동전이나 작은 기도책, 기절한 척할 때 사용할 손수건 정도였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맡아야 하는 역할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자그마한 핸드백 하나로는 충분치 않게 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된 시기와 빅 백의 전성기가 겹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에 온갖 것들을 다 넣을 수 있는 튼튼한 빅 백은 유행에 상관없이 필수가 되었다. 워킹우먼이라면 검토해야 할 문서와 신문을 넣어 다닐 서류 가방이 있어야 하고 노트북용 가방도 필요하다. 그뿐인가? 데이트할 때나 친구를 만날 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소지품만이 들어가는 작고 여성스러운 핸드백도 필요하고, 파티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안한 손에는 반짝이는 크리스털 클러치를 쥐어야 한다. 퇴근길 장 볼 때에는 플라스틱 봉투 대신 사용할 에코백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 산책 나갈 때에는 캔버스 천으로 만든 토트백이 필요하다.
남자가 자동차를 통해 자신의 부와 취향과 동경을 현실화한다면, 여자는 핸드백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부와 꿈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여자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과 내면에 숨겨진 개성만큼의 핸드백을 필요로 한다.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평생 111개의 핸드백을 산다고 한다. 응답한 여성 중 5퍼센트는 지금 갖고 있는 핸드백이 100개가 넘는다고 응답했다. 새 핸드백을 사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3개월. 1년에 두세 개 정도의 핸드백을 사는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은 가방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70%의 여성이 “옷에 어떤 핸드백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라고 대답했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자주 드는 핸드백은 시즌별로 3개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는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3명 중 1명은 지나치게 많은 핸드백에 죄의식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미국 스타일커리어닷컴의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여자들이 이렇게 핸드백을 좋아한다고 해서 ‘된장녀’ 운운하지는 말 것. 여자에게 핸드백이란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이 커다랗게 박힌 값비싼 핸드백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은품으로 받은 에코백, 직접 만든 캔버스 백, 동남아시아 시장 거리에서 산 알록달록한 비닐 주머니 모두 여성에게는 똑같이 소중한 ‘마이 백’이니.
핸드백에 대한 이런 강박, 갖고 있어도 더 갖고 싶어지는 집착, 유명 브랜드 핸드백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이런 현상을 스타일 리더인 여배우 이름을 따서 ‘시에나 밀러 신드롬’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시에나 밀러라는 이름 대신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여성의 이름을 붙여도 핸드백에 대한 동경에는 변함없을 것이다. 메릴린 먼로는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2010년, 하루에도 수십 가지 모습으로 변신해야 하고 셀 수 없이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려는 2010년의 여자들은 새로운 노래를 부른다. “핸드백이야말로 여성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앞으로도 여자들은 50년 전 할머니가 들던 핸드백을 ‘빈티지’라며 환호할 것이고, 자기만의 ‘넥스트 잇 백’ 리스트를 만들 것이며, 각 브랜드의 야심 찬 신작 핸드백을 눈 크게 뜨고 샅샅이 살필 것이다. 50개건 100개건 개수에 상관없이, 지치지 않고 핸드백에 대한 사랑을 키워갈 것이다. 그러니 세상 여자들이 평생 서너 개의 핸드백으로 만족하길 바라는 남자라면 한시라도 빨리 단념하시길!
[출처] 럭셔리 (2010년 3월호) | 기자/에디터 : 기획 및 진행 <럭셔리> 패션 팀 <http://luxury.design.co.kr/in_magazine>
내게 잇백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세상의 모든 여자는 ‘잇백’을 가진 여자와 ‘잇백’을 갖지 못한 여자로 갈린다. 철저한 대립항의 싸움이 벌어진다.
어쩌다가 핸드백은 여성을 두 패로 갈리게 하는 문명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핸드백만큼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사회적 코드도 없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핸드백을 사용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색(sack)이나 백팩(backpack) 파우치(pouch)가 만들어진 건 중세시대다. 중세의 피혁길드는 가죽가방 공예를 발달시켜, 노동자와 귀족집단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가방을 만들었다.
당시에도 패셔니스타들은 “간지좔좔, 포스작렬”을 외치며 포켓(pocket)이라 불리는 작은 가방을 벨트에 달고 다녔다. 남녀 공히 핸드백의 원형이 된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닌 것이다. 16세기에 접어들면서 지갑의 장식 수준과 크기는 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여성들은 다양한 종류의 끈과 술 장식을 지갑에 각인시켜 들고 다녔다. 17세기에 접어들면서 남성들은 드디어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었고, 덩달아 남성의 지갑은 사라졌다. 그들은 대신 어태셰 케이스(Attaché cases: 작은 서류가방)를 받아들였다. 프랑스 혁명 이후 집정관 정부시대(1795~1799)가 되면서 여성들의 패션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된다. 혁명세력의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그리스풍의 의상을 변주한 투명한 모슬린 소재의 엠파이어 라인의 옷을 입는다.
이전 풍성한 스커트 옆 솔기에 바느질된 큰 주머니를 달아 소지품을 넣던 관행을 버려야 했고, 그 결과 옷과 분리된 핸드백이 재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여자들은 그 핸드백의 원형이 된 레티큘(Reticule)이라 불리는 작은 가방에 생존에 필요한(?) 도구를 담았다. 바로 무도회에서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사용하는 접이식 부채와 향수, 그리고 여행사증이다. 24시간을 가정이란 가치를 위해 묶여 있었던 여성들에게 여행은 자신을 확장하는 방식이었으며, 부채는 내밀한 자신의 감정을 남성에게 전달하기 위한 무기였으니, 이것들을 담은 핸드백이야 말로 당시 여성들의 생존 키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0세기 초에 접어들면서 핸드백은 경박단소화의 경향을 걷게 된다. 주로 화장품과 담배, 이외에도 자동차 열쇠나 면허증과 같은 여성의 신생 권리를 상징하는 물품들을 담는 도구 박스가 되었다. 이 당시 통계를 보면 독신여성은 평균 15품목, 기혼여성은 18.6가지의 품목을 핸드백에 담았단다. 현대 핸드백이 갖고 있는 스타일의 지표, 혹은 토털룩의 정점을 이루는 도구로서의 상징성이 시작된 건 1950년대다. 이때 코코 샤넬은 오늘 청문회의 쟁점이 된 바로 그 2.55 핸드백을 디자인한다. 광택 나는 가죽 위로 누비 처리를 해 다이아몬드 무늬를 만들었다. 여기에 황금빛 어깨 스트랩 체인을 달아 스타일의 방점을 찍었다. 1955년 2월에 출시되었는데, 연도와 월을 따서 가방의 애칭으로 달았다.
여성들이 핸드백에 홀릭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핸드백의 존재론에 관계된 문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과 총알, 비상식량이 담긴 룩색이 필수품이듯, 여성들은 핸드백에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기 위한 필수품을 담는다. 핸드백의 내부를 보라. 단단한 가죽 안감으로 된 내벽은 탄약고의 구획모양으로 립스틱과 파우더, 거울이 위치한다. 중세부터 가방은 여성에게 자궁을 상징하는 기호였다.
타인의 핸드백을 열어보고 싶은 욕망은 바로 이러한 오랜 신화 속 욕망과 연결된다. 이뿐이랴, 핸드백은 패션과 뗄 수 없는 이중자아가 되어 옷의 착장 상태를 갈무리한다. 1920년대 전후에 유행한 클러치백은 당시 예술계와 문화 전체를 휩쓸었던 아르데코 미학의 결정체다. 결핍의 시대였다. 장식은 불필요했으며 여성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 곳곳에 배치되었다. 기능을 형태보다 우선했던 시대정신은 장식을 극도로 배제하고 기능의 편이성을 극대화한 클러치 백을 등장시켰다. 유선형의 미끄러지는 느낌, 명멸하는 도시의 분위기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담금질하는 여성의 시대가 핸드백이란 자궁을 통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핸드백은 다시 자기 진화를 시작한다. 샤넬의 1950년대 시그너처 백과 더불어 결핍의 시대를 견딘 여성들은 시크한 매력을 살려낼 수 있는 핸드백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핸드백은 시대의 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여성 신체의 자유로운 확장이다. 핸드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보라. 얼마나 자신감에 넘쳐 있는지, 클러치 백을 겨드랑이에 살짝 꽂아 넣은 여인의 자태는 그 자체로 자유와 해방의 상징이다. 그런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누어지면 사태가 심각해진다. 이번 청문회에도 이런 논리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박탈감의 깊이가 단순하게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 내 자신의 스타일과 정신까지 흔들어 놓을 테니 말이다.
여자들이여, 혼자만의 욕심을 부리는 건 안습이다. 자유는 나눌수록 행복한 법. 그러니 지금 당장, 문제가 된 그 핸드백을 포기하라. 뭐라고? “내게 잇백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에라 이….
<출처 김홍기 칼럼 중 http://ww.sangsangmadang.com/magazine/news/news_brut.asp?bCmd=V&bSeq=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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